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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 다양성 변화가 장뇌축 반응을 바꿀 수 있는 이유: 가능한 경로
    장뇌축 기초 이해 2025. 12. 28. 11:00

    장내 미생물은 소화 작용의 일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시기는 오래전이다. 최근 생물학 및 신경과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정서, 사고, 뇌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물학적 파트너로 작용한다. 이처럼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 통로를 우리는 장뇌축(Gut-Brain Axis)이라 부르며, 이 축을 매개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미생물 다양성이다. 특히 미생물 군집 내의 구성 변화는 신경계와 면역계를 포함한 복합적인 생리 시스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경로들은 여러 생화학적 네트워크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생물 다양성의 변화가 장뇌축 반응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5가지 주요 경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미생물 다양성 변화가 장뇌축 반응을 바꿀 수 있는 이유: 가능한 경로

    미생물 대사물질이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영향을 주는 경로

    장내 미생물은 다양한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이 중 일부는 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 또는 그 전구물질이다. 예를 들어,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과 같은 특정 균주는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와 같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이처럼 중요한 물질의 생합성 경로가 단절되거나, 반대로 세로토닌 생성을 억제하는 독성 대사물이 우세해질 수도 있다. 이는 곧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나 감정 조절 기능에 직결되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염증 매개물질을 통한 면역계 경로의 활성화

    장내 환경이 불균형해지면 장점막의 구조적 통합성이 약화되고, 그 결과 점막을 통과하지 않아야 할 물질들이 체내로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때 대표적으로 주목되는 물질이 지질다당체(Lipopolysaccharide, LPS)이다. LPS는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에 존재하는 독성 성분으로, 장내로부터 혈류를 통해 전신에 퍼지게 되면 면역계를 자극하여 광범위한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염증은 일반적인 감염 반응처럼 급성적이고 명확하지 않으며, 저등급 만성 염증(Low-grade systemic inflammation)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염증 상태는 단순한 국소 반응을 넘어서, 면역-신경 상호작용을 통해 뇌 기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말초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터루킨-6(IL-6), 종양괴사인자(TNF-α), 인터페론-γ(IFN-γ) 등의 사이토카인이 혈액-뇌 관문(BBB)을 통과하거나, 간접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에 염증 신호를 전달한다. 이로 인해 뇌 내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며, 결과적으로 시냅스 가소성 감소, 신경세포 생존율 저하, 신경전달체계 왜곡 등의 현상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LPS 농도의 증가와 인지 기능 저하, 우울감, 불안 반응 등의 신경심리적 변화 간에는 여러 동물 모델 및 인체 연구에서 일정한 상관성이 보고되어 왔다. 장내 미생물 군집이 다양성을 잃고 특정 유해 균종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경우, 이와 같은 염증 반응의 유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반대로,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유익균을 회복시키거나 프리바이오틱스 섭취로 장내 환경을 안정화할 경우, 이러한 염증성 경로는 일정 수준에서 완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결과적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의 변화는 직접적인 염증 유발보다는 면역계의 조절 능력에 대한 영향을 통해 장뇌축을 매개한다. 이는 감정 조절, 의욕 수준, 주의 집중력 등 다양한 신경생리적 기능이 장내 생태계의 건강성과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로는 현재 정신건강 및 신경면역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결 고리 중 하나로 꼽힌다.

     

    장 신경계와 뇌를 잇는 미주신경(Vagus Nerve)의 신호 변화

    미주신경(Vagus nerve)은 제10 뇌신경으로, 몸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광범위한 분포를 가진 말초 신경 중 하나다. 특히 장과 뇌를 연결하는 유일한 쌍방향 정보 교환 경로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장뇌축 연구에서 핵심적인 신경 경로로 간주된다. 장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미주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전달되며, 반대로 뇌에서 발생한 정서적·인지적 반응 또한 미주신경을 통해 장 운동성, 위산 분비, 면역 반응 등에 반영된다. 이처럼 양방향 통신 기능을 가진 미주신경은 장내 미생물의 영향이 뇌 기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매개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 특정 미생물군이 미주신경의 말단 수용체를 자극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뇌에 전달되는 신호의 양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락토바실러스 루테리와 같은 유익균은 미주신경을 통해 옥시토신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화시키는 방식으로 스트레스 완충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반면, 디소바실러스属 또는 클로스트리디움 계열의 특정 균주들이 증식하면 미주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신경화학적 신호에 교란을 일으켜, 불안감, 흥분성 증가, 정서 불안정 등의 증상과 연결될 수 있다.

    또한, 미주신경은 단순히 정보 전달의 통로를 넘어서, 뇌 염증 조절 시스템에도 직접 관여한다. 미주신경의 자극은 항염증성 반사 회로(inflammatory reflex)를 통해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뇌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반사 회로는 특히 자율신경계의 균형 회복, 자가면역 질환 조절, 만성 스트레스 완화 등에서 의학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 다양성이 유지될 경우, 미주신경은 장내 환경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인 신경 신호를 전달한다. 하지만 미생물 구성이 단순화되거나 특정 균주에 편향될 경우, 미주신경 신호의 감도신뢰도가 낮아지며, 이는 곧 뇌의 반응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식욕 조절 이상, 수면 리듬 교란, 인지적 피로감 증가와 같은 다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미주신경은 장과 뇌 사이의 신경 생리학적 브릿지로 기능하며, 그 작동 안정성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경로는 외부로부터의 감각 자극 없이도 내부 생리 상태만으로 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내인성 조절 메커니즘으로서, 향후 정신건강 및 신경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호르몬 대사 및 신경내분비계 조절의 간접 경로

    장내 미생물은 숙주의 호르몬 대사에도 개입한다. 특히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대사에 관여하는 균주가 존재하며, 이들의 증감은 곧 스트레스 내성 및 회복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면 특정 호르몬의 분해 또는 생합성 능력이 떨어져 만성 피로, 수면장애, 기분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미생물은 단순한 생화학적 존재를 넘어서, 숙주의 내분비계를 조절하는 외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장뇌축 반응의 경로 중 하나로 주목된다.

     

    장점막 면역계의 신호와 뇌 면역 시스템의 연동

    장내에는 점막 면역계(GALT)라는 복잡한 면역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는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절한 면역 반응을 유지하고, 과잉 면역 또는 면역 결핍 상태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미생물 다양성이 무너지면 점막 면역계의 반응이 과도해지고, 결과적으로 뇌의 미세아교세포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신경 염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신경 네트워크가 손상될 위험이 증가한다. 이 경로는 자폐 스펙트럼, ADHD, 알츠하이머병 등과의 연관성 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뇌 반응의 ‘감춰진 조율자’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의 변화는 단순히 소화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 신경전달 시스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뇌의 반응을 실질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 변화가 정서적 안정성, 인지 기능, 스트레스 조절 능력에 직결된다는 점은 인간의 건강 관리에 있어 장뇌축이 핵심 축으로 부상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앞으로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더 세분화되고 개인화된 맞춤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며, 미생물 다양성 유지 자체가 하나의 뇌 건강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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