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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익균·유해균 개념을 장뇌축에 적용할 때의 기준과 한계
    장뇌축 기초 이해 2025. 12. 28. 13:14

    장내 미생물은 수천 종 이상의 균주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숙주인 인간의 생리 작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미생물 군집에 대해 흔히 사용되는 개념이 ‘유익균’과 ‘유해균’이다. 일반적으로는 장 건강을 증진시키는 미생물군을 유익균, 염증 유발이나 독성 대사산물 생산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군을 유해균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 이분법적 구분은 어디까지나 소화기계 기준에서 단순화된 설명일 뿐이며, 장과 뇌가 상호작용하는 장뇌축(Gut-Brain Axis)의 복합적 메커니즘에서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로 장뇌축에서의 미생물 영향은 단일 기능에 기반한 분류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 균주가 특정 상황에서는 신경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다른 환경에서는 염증성 반응을 유도하는 이중적 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유익’ 또는 ‘유해’라는 기준 자체가 시간·환경·숙주 상태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며, 이 글에서는 장뇌축 맥락에서 유익균·유해균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를 분석적으로 살펴본다.

     

    유익균으로 정의되는 미생물의 대표적인 기능 기준

    장뇌축 연구에서 유익균으로 간주되는 대표적 균주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에킬리바키터(Eubacterium) 등이 있다. 이들은 장내에서 단쇄지방산(SCFA)을 생성하여 장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완화시키며, 장-뇌 간 신경 신호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부티르산(Butyrate)은 항염증 효과뿐 아니라 뇌의 신경세포 생존을 돕는 것으로 보고되어, 유익균의 주요 작용 물질로 주목받는다.

    또한 유익균은 트립토판 대사 경로를 조절하여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대부분 장에서 생산되며, 기분 안정과 수면,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이다. 이러한 기능적 기여로 인해 유익균은 ‘심리적 균형을 돕는 미생물’이라는 인식을 얻고 있으며, 일부는 ‘정신 프로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특정 실험 조건에서의 작용을 일반화한 결과일 수 있으며, 숙주의 유전적 요인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기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유해균의 정의는 언제든 상대적으로 바뀔 수 있다

    유해균으로 지목되는 미생물에는 일반적으로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캄필로박터(Campylobacter), 디소바실러스(Desulfovibrio) 계열 등이 있다. 이들은 염증 반응을 유도하거나 독성 대사산물을 배출하여 장 점막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장뇌축 경로를 통해 뇌 염증이나 신경 활성 억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LPS(지질다당체)를 생산하는 그람음성균이 과잉 증식할 경우, 뇌에 도달하는 염증 신호가 증가하여 우울증, 불안장애,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신경학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균주 역시 특정 맥락에서는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클로스트리디움의 일부 종은 1차 담즙산을 2차 담즙산으로 전환시키는 대사 과정에 관여하며, 이 기능은 지방 대사 조절에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병원성 미생물도 면역계 자극을 통해 장점막의 방어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유해균’이라는 분류는 절대적이라기보다, 장내 생태계 내 균형 상태와 조화 여부에 따라 상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환경적 요소에 따른 미생물 기능의 역전 가능성

    장내 미생물의 역할은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식이 섭취, 스트레스 상태, 약물 사용, 수면 주기 등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락토바실러스 균주라도, 고탄수화물 식이와 고지방 식이 하에서 전혀 다른 대사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수면 부족이나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기존에 유익균으로 간주되던 미생물이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생물의 ‘유익성’은 특정 조건 하에서만 유효한 맥락 의존적 개념이다. 장뇌축 반응 또한 단일 균주의 고정된 기능보다는, 군집 간 상호작용, 균형 상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단순히 유익균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장뇌축이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식의 일반화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일 수 있다.

     

    상업화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한계와 오해

    현대 시장에서는 ‘유익균’을 내세운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는 장건강을 넘어 ‘마음 건강’, ‘집중력 강화’ 등의 문구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프로바이오틱스는 한두 종의 균주만을 고용량으로 공급하는 구조이며, 실제 장내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거나 다른 균주와 조화를 이루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특정 균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제한된 인구 집단이나 실험 모델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자가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기는 어렵다.

    또한 복용된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뇌축 경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장 점막 도달, 미주신경 자극, 신경전달물질 생성, 염증 억제 등의 복합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이 체내에서 원활히 진행될지는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상업적 기준의 ‘유익균’ 개념은 소비자 교육을 통한 기대치 조절과 과학적 한계의 인식을 동반해야 하며, 단순한 보충제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밀한 미생물 군집 분석과 개인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유익균·유해균 개념을 장뇌축에 적용할 때의 기준과 한계

    장뇌축 연구에서 다중균주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

    현대 장뇌축 연구는 더 이상 단일 균주에 의존한 분류나 기능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균주 간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생물 군집 내에서 A균이 B균의 생장을 억제하거나, 혹은 C균과 D균이 함께 존재할 때만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되는 등, 기능은 단순한 균주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실험에서는 특정 유익균을 단독 투여했을 때 효과가 없었지만, 다중균주 혼합군에서는 인지 능력 개선이나 스트레스 내성 향상 등의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유익균·유해균의 고정된 분류보다는, 동적이고 상호작용 중심의 생태학적 접근이 장뇌축 이해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메타게놈 분석, 대사체 프로파일링, 신경생리 반응 연동 데이터를 통합하여 개별 미생물의 기능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 상태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 방식이 늘고 있다. 이는 향후 정신건강, 자폐 스펙트럼, 신경발달 질환 등 장뇌축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정교한 개입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뇌축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분은 출발점일 뿐이다

    장뇌축이라는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서 미생물을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누는 것은 초기 단계의 개념 정립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설명 체계가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생물의 기능은 조건, 환경, 상호작용에 따라 변동되며, 장뇌축의 반응 역시 단일 균주의 영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향후 연구는 단순한 분류를 넘어, 정밀한 생태 분석,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다중 경로 기반의 기능성 평가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유익균과 유해균이라는 이분법은 장뇌축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그 이후의 질문을 위한 기초 틀로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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